음울하고 가라앉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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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하고 애처로운 이야기들을 묘사합니다.

묘사의 밀도나 전반적인 분위기가 언캐니 그레이 타입과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그저 등장인물들에게 더 큰 비극이 닥쳤을 뿐입니다.

보통 담담한 문체로 표현하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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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에게는 친척이 없다. 변변한 친구도 없고, 당연지사 지인도 없다. 그러니 누군가의 장례식에 참석하는 건 처음이었다. 처음 간 장례식은……, 메스꺼웠다. 비가 주룩주룩 내렸고, 모두가 칙칙한 옷을 입고 칙칙한 표정을 지었다. 간혹 고인과 척진 자들이 찾아와서 난동을 피우기도 했으나, 상식에서 벗어나는 행동들은 모두 재단되고 추방당했다. 당신을 위해 모인 자리인데 당신만 없었다.


그게 무슨 헛소리야? K는 부러진 샤프심을 주워서 쓰레기통에 던져넣었다. 괜히 허공에 발길질을 했다. 왜 그런 질문을 해? 네가 언제부터 그런 걸 신경썼다고. 이제와서 서운하다는 듯이 굴지 말란 말이야. 고장나지 마라, Y. 부탁이야. 못 다 쏟아낸 문장들을 쓰레기통에 처박았다. 고개를 숙이고 혼자 중얼거렸다. 졸업한 뒤의 우리는 다시는 소년이 될 수 없겠지…….


식탁 앞에 앉은 Y와 시선을 마주하자 문득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나는 종이백을 바닥에 내려놓고 손등으로 눈가를 꾹꾹 찍어냈다. 이상하게도 눈물을 닦아낼 때마다 자꾸 뜨거운 것이 더 차올랐다. 나, 울고 있구나. 반쯤 흐느끼듯 떨리는 목소리가 나오자 그제야 자각이 되었다.

우린 여기에 너무 오래 있었어.